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대법원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의 의미와 그 판단 방법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사건은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서 발생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피고인이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이 일로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해당 발언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유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핵심 쟁점은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 녹취록 등의 증거능력이었습니다. 원심은, 교사의 발언이 30명 정도 되는 학생들 앞에서 이루어졌고, 발언한 장소가 교실이었다는 점에서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 몰래 녹음 외에는 증거 수집의 방법이 없었다는 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유죄의 증거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에 나타난 몰래 녹음에 대한 대법원의 엄격한 입장이 취재 시 몰래 녹음을 활용하는 언론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판결의 주요 내용> (1)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14조 제2항 및 제4조는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녹음에 의하여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의 발언은 특정된 30명의 학생들에게만 공개되었을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다.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여부나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 아동의 연령, 피해 아동의 부모가 피해 아동의 친권자, 법정대리인이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부모는 피해 아동과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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