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의 논문
양재규, 허위보도와 언론의 책임 범위 – 허위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면책판결 분석을 중심으로 –, 언론과 법 제24권 제1호, 138-184,
상당성 법리에 따라 진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언론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등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지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여 모든 허위보도가 면책되어야 할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양한 언론의 형태에 따라 영향력이 다를 것이고, 사실보도를 위한 노력이 다를 것이고, 보도의 대상, 제기되는 의혹의 수준과 이와 관련된 정보의 접근 가능성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기존의 언론의 역할과 구분되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이른바 유튜브 언론과 기존 언론과의 진실하지 않은 보도에 대한 책임 여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도 당면한 문제입니다. 본 논문은 오랜 기간 동안의 법원 판례를 분석하여 허위보도와 언론의 책임 관계를 규명하고자 한 것으로 향후 언론의 자유 보장과 그 책임간의 균형점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논문초록> 언론의 허위보도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혼란, 민의의 왜곡, 돌이키기 힘든 인격적 피해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초래한다. 이로 인해 언론중재법 개정을 중심으로 언론의 허위보도에 대한 책임 강화가 논의되고 있다. 과연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 강화는 옳은 방향일까? 책임을 강화한다면 어느 선까지 강화해야 할까?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법원 판결에서 찾고자 했다. 허위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면책판결 분석을 토대로 허위보도와 그로 인한 언론의 책임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언론 자유와 책임 간 적절한 균형점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를 위해 1982년부터 2019년까지 선고된 언론 관련 민사판결 중 세 가지 조건(소송대상이 언론의 허위보도일 것, 손해배상이 청구된 사건일 것, 손해배상청구가 기각 되었을 것)을 모두 갖춘 67건을 수집,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법원은 다양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언론의 자유를 절대적・우월적 권리가 아닌, 인격권 등의 권리와 비교형량해야 할 상대적・수단적 권리로 이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자기통치 이론에 따라 공익사항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보호받아야 하고,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 따라 다소의 오류나 과장이 있더라도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진리 발견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둘째, 우리 법원은 분석 대상 판결 34.3%(23건)에서 언론의 진실보도의무를 직・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보도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의 방식에 따라 달라졌는데, 사건을 단정적으로 서술하는 보도에서는 보다 엄격한 사실 확인 및 검증 의무를 요구했고 공적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 보도 에서는 의혹을 품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아 요구수준을 완화했다. 진실보도의무는 자칫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에 개별 사안에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셋째, 허위보도에 대한 면책법리가 각 시기 및 원고유형, 면책 판단의 근거별로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 시기별로는 ‘보도의 상당성’ 법리가 대법원에 의해 처음 채택된 것은 1988년이지만 그 이전에 이미 하급심에서 적용되었음이 확인되었고,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이후로 나타났다. ‘악의성’ 법리는 2003년 대법원에서 처음 인정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로서 이는 악의성 법리가 상당성 법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위치임을 보여준다. 원고유형별로는 보도의 상당성 법리가 원고의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폭넓게 적용되는 반면, 악의성 법리는 언론의 주된 비판・감시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공인(국무총리, 국회의원, 검사 등) 또는 공적 기관(언론사)에 한하여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책 판단의 근거의 경우, 보도의 상당성 판단에서는 객관적요소라 볼 수 있는 근거자료의 신빙성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 되었으며 악의성 판단에서는 주관적 요소, 즉 악의성 내지 현저한 경솔함이 인정되지 않으면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