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의 논문
- 장철준(2023).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표현의 자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평가를 겸하여-, <법학논총>, 47권 4호,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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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요지> 비록 입법에는 실패하였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2021년 우리 사회의 논쟁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헌법 가치의 본질을 진지하게 되묻는 소중한 기회였음에 틀림없다. 동시에 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언론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혼란의 시대 속에서 언론의 공적 역할과 책임을 법으로 담보할 수 있을지에 관한 합의의 실험 과정이었다. 이것이 반드시 필요하였던 이유는 우리 언론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크게 잃어버렸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적 전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다시 읽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특별히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헌법적으로 평가하였다. 먼저 개정안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징벌성’에 대해서는 현행 명예훼손 손해배상의 부족한 예방 기능을 고려할 때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5배배상액의 한도를 정한 규정이 언론에 대한 징벌로 연결되어 헌법상 표현의 자유 위축이라는 명제로 당연히 귀결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 개정안은 우리 사법 현실에서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의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오랜 사법 관행으로 정립된 손해배상 체계에서 개별 재판을 통해 명예훼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만을 대폭 상향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입법적 조치의 적절성을 발견할 수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가장 첨예한 비판 지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통해 언론에 위축효과가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언론의 자유가 제약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위축효과의 발생 여부와 정도는 사법 영역에서 손해배상제도가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제도의 원류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진정한 악의(actual malice) 법리에 의하여 원고가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 승리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가 확립되어 있다. 동시에 어려운 과정을 거쳐 승소할 경우 막대한 액수의 배상액을 수여 받을 기회를 열어두어,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 경향에 대응하여, 연방대법원은 과도한 벌금 금지 및 적법절차 위반을 이유로 지나치게 높은 손해배상 판결을 취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한 위헌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우리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우선 현행 손해배상 체계를 유지하면서 배상액만 최대 5배 한도를 둔 것이므로, 미국처럼 수억에서 수천억대 징벌적 손해배상이 등장할 가능성은 애초에 없다. 그리고 개정안에서 비판받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역시, 실제 판단을 위해서는 언론의 ‘보복성’, ‘허위‧조작성’을 주장하는 원고의 입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의 헌법적 가치에구속되는 법원이라면 미국의 진정한 악의 법리와 유사한 원고의 입증 부담 법리를 제시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의 실체를 두고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위축효과를 근거로 하여 법률안의 위헌성을 평면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
☞ 해당 논문은 첨부파일 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