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의 소개 판결
• KBS PD와 ‘한국논단’ 사건/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14613 판결
- 한국언론법학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철우언론법상 ‘올해의 판결’ 및 ‘학술상’ 수상작을 모아서 특별자료집으로 발간하였습니다. 철우언론법상을 수상한 판결은 표현의 자유 신장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또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큰 판결들입니다. 이러한 수상작 판결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수상 판결을 살펴봅니다.
- 1998년 ‘한국논단’은 KBS 역사다큐멘터리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공영방송이 좌익세력의 선전도구가 되었으며 책임프로듀서는 KBS에 침투한 '주사파'라는 강한 추측을 우회하여 표현했습니다. 이에 KBS 프로듀서가 당해 월간지와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이 판결은 공적 존재의 경우 사적 존재와는 달리 비판이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킨 것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 이 사건에서 2002년 대법원은 ‘주사파’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2018년 대법원(2018.10.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사파’ ‘종북’이라는 표현의 명예훼손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발전하고 표현의 자유도 계속 확대된 시대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종북, 주사파라는 용어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이러한 표현은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이라고 볼 수도 있어서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고 보았습니다. 표현의 의미가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화함을 잘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 기사 중 어떤 표현이 공적인 존재인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사실적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의 정치적 이념이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여 이에 대한 의혹이 있으면 널리 문제제기가 허용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은 위장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그 성질상 이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엄격하게 입증해 낼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좌와 우의 이념 문제, 그 연장선상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운 이념이냐 민족을 앞세운 통일이냐의 문제는 국가의 운명과 이에 따른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다. 이 논쟁에는 필연적으로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관한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이 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 한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섣불리 불법행위 |